그래프 하나.

현재 사용중인 화기중 총포류는 화약을 반응시켰을 때 발생하는 가스가 팽창하는
힘으로 발사체(총알이나 포탄)를 발사하는 방식입니다.
아주 고전적인 모델을 그린다면 전장(muzzle-load)총 또는 전장포에서 보였던 바로
그 구조를 고대로 적용해볼 수 있는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일부 보병의 박격포같이 특별한 경우를 뺀다면 보통은 후장
(breech-load)총과 후장포를 사용중입니다.
이들 물건들의 경우, 약실 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가 들어가야 하며 가스의
압력으로 발사체를 추진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는
무엇보다 가스의 압력을 견뎌내야 합니다.

즉, 발사가 이뤄지는 도중에 가스가 세어나온다든지 하면 그건 실패작이란거죠.
이 때문에 약실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포미(breech)구조물을 노리쇠(bolt)라는
용어보다는 폐쇄기(obturator)라고 좀 더 노골적인 의미를 담아 부르기도 합니다.

이 폐쇄란 문제는 아주 중요하며 총포류의 작동방식도 폐쇄를 기본적으로 하면서
안전하게 처리하냐를 생각하며 만들어 집니다.
세상에 아무리 화려한 작동 방식을 가진 총포류라도 폐쇄가 안되면 그건 사실상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을 떠나 사람잡는 물건이니 말입니다.

보통 총포류를 발사하면 시간과 압력의 관계에서 대충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하나
그려볼 수 있습니다.

X축은 시간이며 보통 밀리초 단위의 세계입니다.
이에 대해 Y축은 몇천에서 몇만 psi를 왔다갔다 합니다. (psi가 기분나쁘다면 Pa로
바꿔서 보셔도 되고 bar로 바꿔서 보셔도 됩니다. Pa로 보면 앞에 메가가 쉽게 붙을
겁니다.)
그리고 저 그래프에 그려진 곡선의 구간에 따라 대충 다음과 같은 의미가 내포됩니다.

~ A: 방아쇠를 당겼고 공이가 뇌관을 쳤습니다.

~ B: 뇌관에서는 기폭제가 반응하며 뜨겁고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작은 가스 구름을
     만들고 이게 탄약 내부로 분출되며 발사약을 구워주며 발사약의 반응을 유도하죠.

~ C: 발사약의 반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탄 내부에서 압력이 치솟으며 발사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약실 부분에 힘이 가해지기 시작하며 폐쇄기에도 힘이 가해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탄피 탄약이라면 탄피가 먼저 팽창하기 시작하겠죠.
     사실상 이건 총의 약실 부분이 팽창하려고 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보셔도 되며
     이 팽창하는 것 덕분에 압력이 증가하다 약간 추춤하는 구간도 발생합니다.

~ D: 가스 압력의 증가가 발사체의 이동과 약실 부분의  팽창을 넘어서며 아주 급하게
     올라가게 됩니다.
     폐쇄기와 약실, 그리고 총열에게는 고난과 인내가 본격화되는 시기죠.
     만약 하나라도 이걸 못견디면 대형 사고 납니다.
     총포가 폭탄으로 변하는 꼴을 볼 수 있죠. (이런 일이 안벌어지게 성
     바르바라에게 기도를!)

~ E: 압력이 정점에 이릅니다.

~ F: 압력에 떠밀린 발사체의 이동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총열 내부의 전체 부피가
     급격히 변합니다. (총알이 움직이면 총열 내부의 전체 부피가 변하죠.)
     덕분에 압력 증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G: 발사약이 전부 다 반응했습니다.
     이제 가스 공급은 없으며 당연히 압력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 H: 가스 공급이 중단됐지만 아직 그나마 가스는 팽창하는 중이라 어느정도는 밀고
     있습니다.

~ I: 발사체가 총구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일부 가스는 발사체보다 먼저 총구를 빠져나오기도 하며 마침내 발사체를 총구
     밖으로 밀어내며 외부로 나오게 됩니다.
     이 때, 가스에 의해 총성과 총구염의 번쩍임이 발생하며 일부 가스는 급격히
     팽창하며 발사체를 최종적으로 아주 잠시 더 밀어주기도 합니다.

~ J: 총열내부의 압력은 이제 더 볼것없이 떨어집니다.
     폐쇄기를 열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시점입니다.

~ K: 다음 탄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면 됩니다.

위의 A ~ K는 사실 몇 밀리초 정도만 걸립니다.
사람에게는 찰라의 시간인 셈이죠.

위의 저 그래프는 별거 아닌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저속에서 꽤많은
것을 건져낼 수 있습니다.
몇가지만 추려본다면...

1. 찰라의 시간동안 B ~ I까지의 구간을 폐쇄기는약실을 틀어먹고 있어줘야 합니다.

2. I ~ J의 구간은 각종 자동총기류에서 총의 작동구조를 움직일 수 있는 구간입니다.

3. 1과 2에서 다음 사항을 유추할 수 있죠.
   '총의 작동구조는 좋건 싫건 총의 압력이 안전하게 떨어질 때까지, 즉 구간 I에
   도달하기까지 폐쇄를 유지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주 중요합니다.

4. 적어도 총열에 사용된 재료들은 최고압력이 만들어지는 정점 E를 아주 충분히
   견뎌야만 합니다.
   저 최고 압력을 가까스로 견딜 수준으로 만들면 딱 한마디로 조옷됩니다. (총포가
   폭탄으로 돌변하는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봐온 상황입니다.)
   아주 충분히 견뎌내야 하며 발사를 한번만 할거 아니면 몇번 이상 발사했을 때
   견딘다는 보증 수명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팽창하는 힘에만 견뎌야 하는게 아니라 수축하는 상황과 피로, 열
   문제, 만약 속에 흠집이 생겼다든지 하는 상황에서도 견뎌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충분한 성능과 보증이 가능한 정도의 총열 및 포열의 제조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며 재료 선택에서도 상당히 고민을 하게 되죠.
   몇몇 부분에서는 노하우 수준을 넘어서 기업비밀 내지는 전설급으로 되어있는 것도
   있습니다.

5. 폐쇄기와 약실의 경우 최고 압력 E만 아니라 A에서 K까지의 전 구간 동안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압력 변화와 싸워온다고 보셔야 합니다.
   아주 피곤한 위치이며 덕분에 이 부분은 특히 튼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저 그래프를 어떻게 변화시켜 최적의 추진 효율을 뽑아낼 것인가? 라는 문제는 탄약과
총포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저 그래프를 어떤 식으로 손대줄 것인가를 두고 실험하고 고민하고
있죠.


덧글

  • 하우 2009/07/22 20:30 # 답글

    그런데 김형사님들은 4번과정의 재료선택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ㅅ-;
  • 문제중년 2009/07/23 02:20 #

    하여튼 이런 일이 생기면 저는 참 신기한게
    도대체 누가 잘자는 경찰 옆구리를 어떻게 찔렀으면 저렇게 되는지
    너무 궁금할 뿐입니다.

    이건 그저 경찰의 실적 올리기의 희생양이 된거고 멋모르는 언론이
    설친거다 라고 끝내기에는 음모론이 생각날 지경이니 말입니다.
  • Allenait 2009/07/22 20:36 # 답글

    즉 총포류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군요.
  • 문제중년 2009/07/23 02:22 #

    예, 그게 무슨 총이건 포건 간에 압력가지고 뭔가 쏜다면
    어떻게 압력이 걸리는 동안 압력이 세지 못하게 폐쇄를
    유지할 것인가? 는 기본적으로 지켜져야할 문제니 말입니다.


  • doldom 2009/07/23 16:49 # 답글

    문제중년님,
    글 잘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재래식 범선에서 함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대포를 밧줄로 묶고 도르래를 이용해
    발사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배의 안전을 고려하는...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 ㅁㅇㄴㅇ 2009/07/23 17:22 # 삭제 답글

    매번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 나온 신종탄약이라는 것을 들으신적이 있으세요?

    개략적인 도해를 보았지만 어떤 원리인지 잘이해는 안가더군요. 혹시 이것도 날탄처럼 만들어놓은 개념인가요?
    앞페이지의 글을 읽다보니 이종류의 탄약은 총강을 갉아먹는다고 했는데... 신탄약은 다른 방식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과거 건스미스앤캣츠라는 만화에서 22구경의 탄약에 뇌관이 없어서 뇌관을 따로 연결해서 쓰는
    총탄과 아음속탄약이 더 강하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ps. 과거 군에 있었을때 22구경 탄약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뇌관이 따로 필요 없었고. 게다가 너무 작아서
    어떤 조작을 하기도 어려워보이던데... 참 묘하네요.
  • 문제중년 2009/07/23 22:15 #

    도움이 되실지 모르지만

    http://glob.egloos.com/2727602

    참고되셨으면 합니다.
  • timlim 2009/07/26 21:42 # 삭제 답글

    이 그래프를 보면, 왜 "총"이 기술적인 측면 에서 "대포"에서 출발한게 아니고 "칼"에서 시작되었다는걸 증명 하는것 같습니다.

    옛날 대포야 "주조"로 제작했다고 앞서 "전장총" 포스팅에서 언급하셨지만, 당시 기술로 녹은금속을 "형틀"에 부을때 생기는 "기포"를 제거할 길이 없었으니 그래도 대포야 재질의 두께가 두꺼우니 설령 기포가 생겼다해도 저 그래프중 B~I 구간의 최고압력을 견뎌내겠지만, 주물로 얄팍한 두께의 "총"을 제작했다간 저 최고압력점 (E)에서 그대로 약실이 폭발하고 말겠죠. 그렇다고 해도 "신체건강한 남자"가 휴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하는 총의 약실두께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

    결국 좋은 "칼"을 만드는 치밀하고 강한 구조의 "강철"로 "총"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되니, 조선이 임진왜란 전에, 병졸이 사용하는 휴대용 총인 "승자총통"을 만들었지만 잘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없는 반면에 일본은 조총을 받아들인지 불과 10여년 후엔 당시 유럽의 어느나라도 따라가기 힘들만큼 "조총"을 무장되었다는게 위 그래프가 증명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아시아에선 최고 수준의 "칼"을 만든 금속학적 지식이 좋은 총을 쉽게 만들 수 있게 했겠죠.

    난중일기의 기록에도 이순신 장군이 "조총"을 모방해 총을 제작했지만, 성능이 시원찮았단 얘기도 결국은 재질과 관련된 얘기 아니겠습니까?

    기껏 만든 무기가 무기를 휴대한 사람이나 잡는 수준이면, 어느 누구도 사용하려 하지 않았겠지요.
  • 문제중년 2009/07/26 22:03 #

    일본도 타네가시마 - 지금은 로켓 발사장이 있는 그 곳입니다 - 에서
    철포를 받아들이고 국산화할 때 총이 터지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꽤나
    고생합니다.
    그래서 자기 딸을 주고 홀려서 기술을 빼낸 다음 자기 딸을 다시 빼낸
    이야기가 전승될 정도였죠.

    또한 초기, 총을 만드는데 사용된 대부분의 금속 재료는 철보다는 구리
    합금이었답니다.
    이걸 얇게 판상으로 만들고 만드렐에다 감고 두들겨 붙여서 적층하고
    깍아서 형을 잡은 다음 마무리로 가장 고된 작업이었던 총미 부분을
    막는 - 한마디로 사람 손으로 나사 틀어박기였던 - 작업을 했죠.

    결국 이런 손이 가는 작업 때문에 총은 일본에서도 상당히 비싼 편이었고
    쉽게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임란후 세키가하라 전투정도되면 총의 비율이 어느 때보다 많이
    증가됐지만 총병의 숫자가 전체 병력의 1/4 정도를 겨우 채운 수준이었죠.

    p.s:
    임란 이후 조선도 총의 생산에 상당히 노력합니다.
    처음부터 화약무기쪽으로는 꽤 기술이 높았던터라 꽤 빠르게 진행됩니다.
    다만 이게 그 다음의 전쟁에서 제 효과를 발휘하는데 실패했다는게 탈인거죠.
  • timlim 2009/07/26 23:05 # 삭제 답글

    아 조총의 총신이 "철판"이 아니었군요.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철판"으로 총신을 제작한 걸로 알았습니다. 그것도 그럼 조총의 재질도 일종의 "gun metal"이군요. "admiralty gunmetal"이 열교환기 튜브제작할때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바닷물에 어느정도 내식성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바닷물을 고압에서 서비스하는 파이프의 재질로는 "큐프로 니켈(cupro-nickel)"을 사용하지만, 압력조건이 낮으면 "GRP(Glass Re-inforced Plastic)" 파이프를 사용하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고 사용금지하는 회사도 있지요.
  • 문제중년 2009/07/26 23:29 #

    포금 종류들이 말그대로 총포류에 꽤나 자주 사용된터라 붙어진 별칭이기도 하죠.

    총에 철을 쓴건 화승총 시절을 넘어서면서 슬슬 이뤄지던 일입니다.
    그것도 나름대로 꽤 고생하며 얻어낸 결과였다 하죠.
    철은 gonne 시절부터 곧잘 터져댄대다 그 후로도 터졌고 저 당시의
    총포 장인들치고 이 금속을 믿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봐도 될 지경이었으니.

    그나마 총은 철로 전환이 비교적 빨리 이뤄졌지만 대포의 경우는 강철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은 포금쪽이 더좋다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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